Memo2019. 9. 16. 01:04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종교적 공간도 감염시키고 먹어치운다. 사실상 지금 사용자,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공간은 없다. 건축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명상?참회?순례의 정신을 유비한 공간들도 스마트폰 사용자 앞에선 무력 해질따름이다.

달리말하면 건축가들은 추상적 이미지를 넘어 추상적 공간을 제시하고 이용자,사용자들이 낯선 공간에 맞닥드리게되는 순간, 경외심을 갖게되거나 낯선 감정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 스마트폰 때문에 사라졌다. 이것은 굉장히 건축가들에게 치명적. 건축전체 역사에서도 이런 시기는 없었다. 이런 현상은 건축가들의 가지게되는 권위또는 권력이 사라지는것을 말하기도 한다.

모더니즘 건축가들의 추상화된 건축적 형태가 오히려 대중문화의 필터로 다양한 형태의 은유적 형태로 파생되어 모더니즘을 오염시켰던 것처럼 스마트폰 세상에서는 모더니즘,포스트 모더니즘을 막론하고 건축의 기본적 미디엄인 공간마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데이터로 수집,포집,채집해 다양한 은유적 코드로 오염시켜 휘발되어 버리게 된것 아닐까?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는 날이 오긴 올까?

p.s) 서소문과 비슷하게 스마트폰때문에 망한사례가 2017년에 이미 있다. Taryn Simon과 OMA가 협업한 An Occupation of Loss - youtu.be/CNkrOgQ8m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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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2019. 9. 10. 23:28

요즘 제일 힙한 디자이너 하면 누가 떠오를까? 아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1980)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1977)일것이다. 이 두명은 제품, 패션, 건축에 이르기까지 활동분야가 정말 다양하다. 스트릿 패션이 하이패션계를 장악하면서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나이키, 이케아 등 기업들과 활발히 협업을 하며, 여러 제품을 드롭하고 있고 2차 시장에서 그가 만든 제품들은 몇배 비싸게는 수십배까지 리셀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하입을 일으킨 대표적인 히트작은 나이키와 협업한 ‘The10’시리즈 이다. 나이키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스니커즈 10개를 선정하고 그것을 버질 아블로의 디자인 라벨인 Off-white와 협업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였다. 2017년 9월을 첫출시를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출시되었다. 

Nike 'The10'

버질 아블로가 'The10'시리즈에서 제시하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키워드는 두가지였다. 첫번째 키워드는 "Revealing(현시하기)"이었고 두번째는 “Ghosting”이었다.

첫째, 'Revealing(현시하기)'은 각 신발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감성적 아이콘들을 드러내기 위해 텍스트로 지시를 하거나, 신발의 주요 구조체 부분을 잘라내고 신발의 단면을 드러내어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새롭게 인식되기 위한 방법론이다. 

둘째, 'Ghosting'은 신발의 구성재질을 모두 제거하기 위하여 반투명한 소재의 외피를 사용하고 신발의 원래 형태를 순수하게 드러냄으로써 원래의 신발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제시하는 전략이다.

각각의 방법론을 적용한 스니커즈로는 'Revealing'을 적용한 the Air Jordan I, Nike Blazer, Nike Air Presto, NikeAir Max 90 and Nike Air VaporMax 총 다섯가지, 'Ghosting'을 적용한 Nike Zoom Vaporfly, React Hyperdunk, the Converse Chuck Taylor, Nike Air Force 1 Low, the Nike Air Max 97 총 다섯가지 이다. 

위 두가지 디자인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일본 건축가들의 디자인 방법론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 할 수있다. 2016년 MoMa에서 열렸던 전시 ‘A Japanese Constellation : Toyo Ito, SANAA, and Beyond’ 의 속해있는 이른바 super-flat의 건축가들 (이토 도요, 카지요 세지마, 니시자와 류에, 소우 후지모토, 아키히사 히라타, 이시가미 준야) 전략과 유사성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의 건축가들은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을 결합한 방법론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전세계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를 휩쓸었다. 소위 건축의 내,외부의 공간감을 뒤집기 위해 여러 반투명한 레이어로 외부에서 내부로 스킨을 겹쳐놓고 그것을 건축물 외부에서 투명하게 드러내거나, 건축물 내부의 주요 구조체들을 외부의 스킨으로 끌어내고 내부에서 현상학적 투명성을 강조하는 그들의 방법론은 버질 아블로의 ‘The10’시리즈의 디자인 방법론과 상당히 유사하다. 버질 아블로가 IIT에서 건축학석사를 졸업한 해가 2006년이니 학창시절에 일본건축가들의 주요 작업을 지켜봤을것이다. 도요이토의 센다이 미디어테크가 2001년 개관하고 SANAA의 kanazawa 21st contemporary of art가 2004년에 완공된데 이어서 뉴욕의 new museum이 2007년에 개관을하고 연달아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니 버질 아블로가 학창시절에 일본의 super-flat 건축가들을 건축계에 왕좌에 있었다. 또한 일본의 건축가들이 2000년 후반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주요 대학들을 순회하며 연달아 강연을 줄줄이 해왔으니 그들의 방법론 또한 널리 퍼져있었다. 

Sendai Mediatheque,Sendai,Toyo Ito,2000 / 21st century museum,Kanazawa, SANAA,2004  / TOD’S Omotesando Building,Tokyo,Toyo Ito,2004

간단히 말해서 버질 아블로는 신발의 내부를 처음으로 건축적 공간으로 상정하고 그것을 안밖을 뒤집어, 외부에서 드러나지 않는 발을 잡아주는 신발 주요 구조체, 요소들을 겉으로 투명하게 드러내고 지시함으로써 'The 10'시리즈를 완성해 냈다. 

일본의 super-flat 건축가들은 기존의 서구에서 발전했던 포스트모던의 방법론으로 모더니즘을 유비하며, 또 그것을 뒤집으며 포스트 컨템프로리 상황에 적응하려 애썻던 일본건축가들의 대응으로 시작되었다. 건축을 전공한 Virgil Abloh는 그들의 방법론을 차용해 제품디자인과 나아가 여러 파생상품들을 줄줄이 내놓으며 건축계 외부에서 포스트 컨템포러리 상황에 적응해 성공한 디자이너가 아닌가 싶다.  그는 2018년 루이비통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직을 수락하고, 2019년 6월 MCA에서 “FIGURES OF SPEECH” 전시를 열며 커리어에 어떤 정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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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의자, 두명의 디자이너  (2)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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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2019. 7. 31. 15:26

 

A.I. FOR KARTELL BY STARCK, POWERED BY AUTODESK, 2019

  얼마전 열린 2019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이상한 의자가 출품되었다.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lippe Starck,1949-)과 소프트웨어 회사 Autodesk와 가구회사 Kartell의 합작품인 일명 Phillippe Starck’s A.I chair for Kartell 제품이다. 프로모션현장에서 A.I알고리즘을 이용한 첫번째 의자라고 소개한 이 제품은 어딘가 모르게 약간 이상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 의자의 진짜 디자이너는 필립 스탁이라는 브랜드로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뒤에서 의사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일까? 아니면 필립 스탁이 다른 디자이너의 방법론을 맆-오프한 아류작에 불과한걸까?

  우선, 자동생성 알고리즘을 이용해 디자인을 한 사례는 필립 스탁이 첫번째는 아니다. 이미 2006년 네덜란드 출신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 1979-)은 뼈의 자동 생성과정 알고리즘을 적용한 Bone Chair(2006)을 선보였다. 인간이 앉을 때의 하중과 포지션을 입력하면 의자의 주요 구조체들이 하중과 포지션에 최적화된 형태로 자동 돌출되는 디자인 문법을 완성시켰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의사-자연 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자인의 결과물들이 아르누보시대의 형태와 흡사해 보인다는 것. 아르누보가 자연을 의태해 장식적 요소에 그쳐 망한것과 달리 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자인 결과물들은 자연적 요소를 기능과 결합해 최적화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는 데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Joris Laarman,Bone Chair,2006

  이미 Bone Chair로 역사에 이름을 새긴 그는 한발짝 더 나아가 스타트업 회사 MX3D를 설립했다. 소프트웨어회사 Autodesk, 건축구조엔지니어링 회사 ARUP, 요리스라만 스튜디오, 영국의 국립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연구소인 엘런튜링 연구소 등 여러 분야의 회사에서 투자를 받아 설립한 MX3D는 정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있다. 요리스 라만은 Bone Chair의 방법론을 다리구조물, 건축으로 확장중이다. 3D프린터 로봇이 A.I 알고리즘으로 자동생성된 다리구조물을 자동으로 출력해 나간다는 망상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헛된 망상에 그칠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2018년 10월 첫번째 결과물을 완성 시켰다. 여기서 그의 목표는 끝이 아니다. Smarter Bridge 프로젝트로 다리에 센서를 부착해 다리를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하중과 동선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최적화된 다리를 이어서 프린트 해 나간다는 것. 

MX3D Bridge, 2018

  MX3D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데이터들을 모으고 시각화 및 플랫폼으로서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제공한 회사는 Autodesk였다. 당연히 Autodesk는 여러 하중 시뮬레이션과 데이터들, 최적화 알고리즘 또 그로 인한 결과물들을 차곡차곡 수집, 분류 연구 하는것을 목표로 두고 투자를 했을것이다. 최근 오토데스크는 Fusion360이라는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성능개선을 하며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있다. 주요 알고리즘이 클라우드 서버상에서 작동하는 웹기반의 통합 모델링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특히 오토데스크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Gererative modeling기능이다. 요리스 라만의 주요 방법론 및 데이터들을 그대로 흡수, 확장 발전시켜 기존의 3D모델링 인터페이스 및 솔루션에서 벗어난 방법론을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에게 제시하고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제작자 등 다중접속 플랫폼으로서 여러다른 모델링 원본들에 각각의 최적화화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또 각 오브제들의 물리적,물성적 특성값들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기능과 형태에 최적화한 구조,형태를 제시해주는것. 또한 각각의 입력변수들에 따라 여러 레이어간의 실시간 결과물을 추적, 시각화 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디자이너들이 장착하고 체화했던 CAD시스템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Autodesk사의 Funsion360, Gererative modeling

   이로써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CAD시스템이 상용화 되면서 디자이너, 건축가들은 기존의 시각적, 수학적 정보들을 추상적 데이터 또는 좌표값으로 전치하고 나아가 가상의 벡터값들을 조작하게 됨으로써, 스크린 속 데이터와 스킨 사이를 다종다양하게 변주하며 결과물을 도출해내던 시기는 유효성을 다했다. 예를 들자면, 스크린속 NURBS의 위상학적 표면 위에 디자이너가 직관적으로 자기자신을 투영해 밖으로 끄집어낸 건축가 프렝크 게리(1929-)나 디자이너 필립 스탁(1949-) 등의 디자인 방법론이나, 스크린속 가상적으로 구현된 다종다양한 매스(스킨)를 컴퓨터의 추상적 데이터로 독해하는 대신에 문화적으로 또는 편집증적 가상의 스토리로 전치한 건축가 렘 쿨하스(1944-)와 그의 동료 등의 방법론은 시대적 유효성을 다했다고 볼수있다. 요리스 라만 이후에 스크린속의 가상적 공간은 더이상 가상으로만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계 오브제,공간과 스크린속의 데이터와 스킨의 공간은 A.I 알고리즘으로 이제 정말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실제계보다 더 실제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속 오브제 또는 공간은 건축가, 디자이너들의 손을 떠나 스스로 진화하는것 처럼 보이기도한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손쉽게 실제계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속에서 요리스 라만의 자동생성 디자인 프로세스를 곧 하나의 도구로서 자유자재로 이용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필립 스탁의 사례로 보자면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의사-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의 도움없이 또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완성된 디자인 프로세스를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앞에 20세기에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없는 21세기 무명 디자이너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의 사례로 제시한 두 개의 의자는 디자이너 역할모델의 변환과정이나 소멸과정의 사례로 독해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오토데스크의 구독형소프트웨어 수익 모델아래 인하우스 디자이너 아닌 인하우스디자이너처럼 매달 꼬박꼬박 구독료를 지불하며 일하게 되는것은 아닐까? 어떻게하면 디자이너 , 건축가 앞에 놓여진 이 새로운 도구를 비판, 비평적으로 수용해 유의미한 다른결과를 제시할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퍼옮기시는것을 금합니다. 링크 공유와 댓글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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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2019. 7. 21. 01:06

© Pelli Clarke Pelli

1926년생인 시저 펠리(Cesar Pelli)가 2019년 7월 19일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출생년도로 보면 얼마전 세상을 떠난 초기 포스트모던세대의 로버트 벤추리(1925-2018)보다 한살 어리고, 성기 포스트모던세대의 총아였던 마이클 그레이브스(1934-2015)보다 8살정도 위다.

이처럼 초기 포스트모던 세대로, 찰스 젠크스는 시저 펠리를 postmodern-classism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의 득의작은 pacific design center(1975년), 일명 blue whale이라고 불려지는 건물이다. 사실 이 건축물은 시저펠리가 독립하기전  Gruen Associates에서 파트너 건축가로 일하면서 흑인 여성 건축가 Norma Sklarek과 함께 설계한 건물이다. 크레딧 문제가 있는지 어떤곳은 ceaser pelli, 어떤곳은 Norma Sklarek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시저펠리가 독자적으로 독립해 사무실을 열었던 해가 1977년이니 거의 Gruen Associates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작업한 작업인셈.

Norma Sklarek, Gruen Associates, Pacific Design Center, Los Angeles, 1978 © Gruen Associates

일종의 박람회장의 프로그램을 가진 이건물은 파란색 유리패널을 부착하여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건물이다. 찰스 젠크스는 1977년 자신의 저서 포스트모던 건축의 언어(The Language of Post-modern Architecture)에서 입을 벌리고 무언가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고래로 인식되거나(입부분에 지역 레스토랑이 입점되어있다.) 인테리어 몰딩장식의 형태를 은유하고이 있는데, 이것은 대중적 문화코드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며 건축적 언어에 작동하는 다층적 문화코드와 건축적 유희적 은유의 예시로 제시하기도 했다. 찰스 젠크스는 포스트모던 초기 건축의 문법으로 찰스무어, 마이클 그레이브스와 함께 시저 펠리를 그룹에 포함시켰으니, 포스트 모던의 이론적 바탕으로 자신의 건축문법을 확장시킬수 있었다. 동년배인 찰스무어, 피터 아이젠만, 마이클 그레이브가 고전의 건축문법을 장식적언어로 변주시켰던 반면, 시저 펠리는 기호학적으로 단순하게 변주된 건축형태에 다층적 문화코드를 임베드하고 모더니즘세대의 재료인 유리를 받아들여 둘러침으로써 좀더 대형 클라이언트들에게 거부감이 덜했다고 해야할까? 언뜻보면 다른 포스트모던세대의 건축가의 디자인보다 얌전하고 덜장식적으로 보이니 말이다.

1977년 50세의 늦은나이에 독립해 Cesar Pelli & Associates Architects를 설립한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8년대 세계금융위기 이전까지 팽창하는 세계경제속에 잇따라 대형건물들을 수주하면서 주요 도시에 고층건물을 설계했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지아에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뉴욕의 세계금융센터, 밀라노의 유니크레딧타워.

주요 프로젝트를 보면 버블 세계경제 맞춰 참 운이 좋았던 건축가였다.

한국에도 그의 작품이 하나있다. 바로 광화문사거리에 위치한 교보생명 사옥. 1976년 설계작이니 시저펠리가 Gruen Associates에서 일을 가지고 나와 독립해 거의 초반에 진행한 프로젝트로 추측된다.

좌) Norma Sklarek and Cesar Pelli, Gruen Associates, The U.S. Embassy, Tokyo, Japan, 1976 / 우) 교보생명 1980년

교보생명의 창업주 고(故) 신용호회장은 일본의 주미대사관 건물을 보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 시저 펠리에 똑같이 지어달라고 요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후에 전국에 수많은 교보생명사옥이 시저펠리 짭퉁의 스타일로 지어진다. 시저펠리는 이사실을 알았을까?)

애초에 대지조건이 완전히 무시된채로 지어졌기 때문에 광화문 사거리 코너에 위치하였지만 건물의 양옆면이 막혀진채로 설계가 되었다. 후에 본인들도 답답했는지 2008년 양옆면을 유리로 교체해 현재는 양옆면이 유리인 건물을 볼수있다. 

일본 미대사관과 다른점이라면 건축물 후면의 아트리움을 들수있다. 현재까지도 주변에 신축된 대형 오피스건물들이 들어섰지만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의 후정 아트리움은 아직까지도 최고다. 정면출입부는 움푹들어가 중앙홀이 셋백되어 음의 공간을 형성하는 반면, 후면 후정은 유리박스가 튀어나와 양의 형태로 전환되 대치되면서 묘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정면 출입구부터 코어를 거쳐 후정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광화문 도심속에 색다른 공간감을 선사한다. 초기 완공된 아트리움은 아치형태였으나 2008년 리모델링시 사각형의 단순한 모양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 글래스 아치 아트리움은 그의 다음프로젝트인 1988년 뉴욕 world finance center 두동사이의 오픈된 공공광장의 형태로 디벨롭되었으니, 그에겐 클라이언트의 강력한(?)요구로 건드릴수없는 정면과 달리 후면의 일종의 개방된 공공공간으로 설계에 꽤 신경을 썻던것으로 생각된다.

좌) 교보생명사옥의 후면 아트리움 - 1980년  / 우) World Financial Center - 1988

2019년 얼마전 세상을 떠난 아이오밍페이를 마지막으로 모던세대 건축가들은 모두 세상을 떠낫고, 마이클 그레이브스, 작년에 세상을 떠난 로버트 벤추리에 이어 시저 펠리까지 초기 포스트모던 세대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퍼옮기시는것을 금합니다. 링크 공유와 댓글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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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2019. 7. 8. 19:32

2019년 아라타 이소자키의 프리츠커 수상을 돌아보며

Arata Isozaki Re-ruined Hiroshima, project, Hiroshima, Japan (Perspective) 1968


  일본의 건축가들을 보면 모더니즘 시대부터 현재까지 주요 역사적 변곡점마다 지표가 되는 건축가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고, 그들이 모여 일본 건축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건축가들을 세대별 나이순으로 열거해보면

  • 전후모던 : 단게 겐조(1913년생)-키요노리 키쿠 타케(1928년생)-마키 후미히코(1928년생)

  • 말기 모던-포스트모던 1 : 이소자키 아라타(1931년생)-안도 타다오(1941년생) 

  • 포스트모던 2 : 도요 이토(1941년생)-겐코 쿠마(1954년생)-시게루 반(1957년생) 

  • 슈퍼플랫 : 카즈요 세지마(1956년생)-니시자와 류에(1966년생)-소우 후지모토(1971년생)-이시가미 준야(74년생)

  이렇게 나이순으로 열거해보면 어떠한 패턴을 알 수 있다. 모더니즘 이후 역사의 시대별로 비어있는 부분은 초기 모더니즘 시대(독일 표현주의, 바우하우스)를 제외하고, 하이 모더니즘부터는 쭉 일본만의 역사적 스펙트럼을 촘촘히 확보하고 있다.(그들은 자신들만의 전통과 서구의 모더니즘을 적절히 섞었고 오리엔탈리즘, 자포니즘을 교묘히 이용했다.) 역사적 변곡점마다 당 시대 사람들의 성취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 일본 건축이 하나의 스펙트럼으로서 인식되고 비평될 수 있다. 

  바로 옆 나라 한국의 건축계는 그럼 어떠할까? 사실 김수근 건축가가 201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아라타 이소자키와 동갑(1931년생). 김수근 건축가가 1986년(당시 55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으면 일본보다 한 발짝씩 늦었겠지만 한발 한발 스펙트럼을 채워나가며 따라붙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럼 한국의 주요 건축가들을 열거해보자,

  • 김중업(1922년생)-김수근(1931년생)

  • 김종성(1935년생)-김태수(1936년생)-우규승(1941년생)

  • 조성룡(1944년생)-김인철(1947년생)-승효상(1952년생)

  • 조민석(1966년생)-김찬중(1969년생 추정)

  • 이 이후 세대에 해당되는 ‘젊은 건축가’ 그룹들

  일단 나이순으로만 열거해 보면 위와 같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김수근 건축가 이후에  각 시대별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활동을 못해왔다는 것. 크게 보면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던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미니멀리즘 세대(일본의 경우 안도 타다오, 마키 후미히코)가 비어있다. 이 시기에 한국은 건축가 승효상 씨를 중심으로 4.3그룹이 비평적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말기 포스트모더니즘에 해당하는(일본의 경우 슈퍼플랫 세대) 작업이 한국에서는 전개되지 못했다. 일본이 모더니즘의 방법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방법론을 적절히 섞어가며 포스트모던 이후의 시대에 적응하려 애쓰는 동안 한국은 조민석 씨가 렘 쿨하스(OMA)의 방법론을 한국에서 전개하였다(조민석 씨가 매스스터디즈를 설립 한해가 2003년). 

  2008년(세계 금융위기로 역사적 변곡점의 해)에 시작된 젊은 건축가상 제도로 이후 세대들이 독립해 활동을 시작한 지도 작년(2018년)으로 10년이 마무리가 되었다(사실상 2015년을 정점으로 쇠락하고 있다. 주요 수상자들이 조민석 씨의 매스스터디즈의 출신). 이렇게 소위 젊은건축가그룹(사실 젊진않지만)으로 한국건축계도 어떤 세대구분의 선이 그어졌고, 위 세대들의 성취를 더듬어가며(혹은 적절히 비틀며) 활동할수있는 시공의 마지막 문이 닫혔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갈무리된 성취들을 정리하고 비평적 시선으로 이전의 성취들을 바라보며 한국 건축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퍼옮기시는것을 금합니다. 링크 공유와 댓글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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