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2019. 9. 10. 23:28

요즘 제일 힙한 디자이너 하면 누가 떠오를까? 아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1980)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1977)일것이다. 이 두명은 제품, 패션, 건축에 이르기까지 활동분야가 정말 다양하다. 스트릿 패션이 하이패션계를 장악하면서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나이키, 이케아 등 기업들과 활발히 협업을 하며, 여러 제품을 드롭하고 있고 2차 시장에서 그가 만든 제품들은 몇배 비싸게는 수십배까지 리셀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하입을 일으킨 대표적인 히트작은 나이키와 협업한 ‘The10’시리즈 이다. 나이키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스니커즈 10개를 선정하고 그것을 버질 아블로의 디자인 라벨인 Off-white와 협업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였다. 2017년 9월을 첫출시를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출시되었다. 

Nike 'The10'

버질 아블로가 'The10'시리즈에서 제시하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키워드는 두가지였다. 첫번째 키워드는 "Revealing(현시하기)"이었고 두번째는 “Ghosting”이었다.

첫째, 'Revealing(현시하기)'은 각 신발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감성적 아이콘들을 드러내기 위해 텍스트로 지시를 하거나, 신발의 주요 구조체 부분을 잘라내고 신발의 단면을 드러내어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새롭게 인식되기 위한 방법론이다. 

둘째, 'Ghosting'은 신발의 구성재질을 모두 제거하기 위하여 반투명한 소재의 외피를 사용하고 신발의 원래 형태를 순수하게 드러냄으로써 원래의 신발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제시하는 전략이다.

각각의 방법론을 적용한 스니커즈로는 'Revealing'을 적용한 the Air Jordan I, Nike Blazer, Nike Air Presto, NikeAir Max 90 and Nike Air VaporMax 총 다섯가지, 'Ghosting'을 적용한 Nike Zoom Vaporfly, React Hyperdunk, the Converse Chuck Taylor, Nike Air Force 1 Low, the Nike Air Max 97 총 다섯가지 이다. 

위 두가지 디자인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일본 건축가들의 디자인 방법론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 할 수있다. 2016년 MoMa에서 열렸던 전시 ‘A Japanese Constellation : Toyo Ito, SANAA, and Beyond’ 의 속해있는 이른바 super-flat의 건축가들 (이토 도요, 카지요 세지마, 니시자와 류에, 소우 후지모토, 아키히사 히라타, 이시가미 준야) 전략과 유사성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의 건축가들은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을 결합한 방법론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전세계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를 휩쓸었다. 소위 건축의 내,외부의 공간감을 뒤집기 위해 여러 반투명한 레이어로 외부에서 내부로 스킨을 겹쳐놓고 그것을 건축물 외부에서 투명하게 드러내거나, 건축물 내부의 주요 구조체들을 외부의 스킨으로 끌어내고 내부에서 현상학적 투명성을 강조하는 그들의 방법론은 버질 아블로의 ‘The10’시리즈의 디자인 방법론과 상당히 유사하다. 버질 아블로가 IIT에서 건축학석사를 졸업한 해가 2006년이니 학창시절에 일본건축가들의 주요 작업을 지켜봤을것이다. 도요이토의 센다이 미디어테크가 2001년 개관하고 SANAA의 kanazawa 21st contemporary of art가 2004년에 완공된데 이어서 뉴욕의 new museum이 2007년에 개관을하고 연달아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니 버질 아블로가 학창시절에 일본의 super-flat 건축가들을 건축계에 왕좌에 있었다. 또한 일본의 건축가들이 2000년 후반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주요 대학들을 순회하며 연달아 강연을 줄줄이 해왔으니 그들의 방법론 또한 널리 퍼져있었다. 

Sendai Mediatheque,Sendai,Toyo Ito,2000 / 21st century museum,Kanazawa, SANAA,2004  / TOD’S Omotesando Building,Tokyo,Toyo Ito,2004

간단히 말해서 버질 아블로는 신발의 내부를 처음으로 건축적 공간으로 상정하고 그것을 안밖을 뒤집어, 외부에서 드러나지 않는 발을 잡아주는 신발 주요 구조체, 요소들을 겉으로 투명하게 드러내고 지시함으로써 'The 10'시리즈를 완성해 냈다. 

일본의 super-flat 건축가들은 기존의 서구에서 발전했던 포스트모던의 방법론으로 모더니즘을 유비하며, 또 그것을 뒤집으며 포스트 컨템프로리 상황에 적응하려 애썻던 일본건축가들의 대응으로 시작되었다. 건축을 전공한 Virgil Abloh는 그들의 방법론을 차용해 제품디자인과 나아가 여러 파생상품들을 줄줄이 내놓으며 건축계 외부에서 포스트 컨템포러리 상황에 적응해 성공한 디자이너가 아닌가 싶다.  그는 2018년 루이비통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직을 수락하고, 2019년 6월 MCA에서 “FIGURES OF SPEECH” 전시를 열며 커리어에 어떤 정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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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FOR KARTELL BY STARCK, POWERED BY AUTODESK, 2019

  얼마전 열린 2019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이상한 의자가 출품되었다.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lippe Starck,1949-)과 소프트웨어 회사 Autodesk와 가구회사 Kartell의 합작품인 일명 Phillippe Starck’s A.I chair for Kartell 제품이다. 프로모션현장에서 A.I알고리즘을 이용한 첫번째 의자라고 소개한 이 제품은 어딘가 모르게 약간 이상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 의자의 진짜 디자이너는 필립 스탁이라는 브랜드로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뒤에서 의사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일까? 아니면 필립 스탁이 다른 디자이너의 방법론을 맆-오프한 아류작에 불과한걸까?

  우선, 자동생성 알고리즘을 이용해 디자인을 한 사례는 필립 스탁이 첫번째는 아니다. 이미 2006년 네덜란드 출신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 1979-)은 뼈의 자동 생성과정 알고리즘을 적용한 Bone Chair(2006)을 선보였다. 인간이 앉을 때의 하중과 포지션을 입력하면 의자의 주요 구조체들이 하중과 포지션에 최적화된 형태로 자동 돌출되는 디자인 문법을 완성시켰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의사-자연 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자인의 결과물들이 아르누보시대의 형태와 흡사해 보인다는 것. 아르누보가 자연을 의태해 장식적 요소에 그쳐 망한것과 달리 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자인 결과물들은 자연적 요소를 기능과 결합해 최적화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는 데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Joris Laarman,Bone Chair,2006

  이미 Bone Chair로 역사에 이름을 새긴 그는 한발짝 더 나아가 스타트업 회사 MX3D를 설립했다. 소프트웨어회사 Autodesk, 건축구조엔지니어링 회사 ARUP, 요리스라만 스튜디오, 영국의 국립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연구소인 엘런튜링 연구소 등 여러 분야의 회사에서 투자를 받아 설립한 MX3D는 정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있다. 요리스 라만은 Bone Chair의 방법론을 다리구조물, 건축으로 확장중이다. 3D프린터 로봇이 A.I 알고리즘으로 자동생성된 다리구조물을 자동으로 출력해 나간다는 망상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헛된 망상에 그칠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2018년 10월 첫번째 결과물을 완성 시켰다. 여기서 그의 목표는 끝이 아니다. Smarter Bridge 프로젝트로 다리에 센서를 부착해 다리를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하중과 동선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최적화된 다리를 이어서 프린트 해 나간다는 것. 

MX3D Bridge, 2018

  MX3D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데이터들을 모으고 시각화 및 플랫폼으로서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제공한 회사는 Autodesk였다. 당연히 Autodesk는 여러 하중 시뮬레이션과 데이터들, 최적화 알고리즘 또 그로 인한 결과물들을 차곡차곡 수집, 분류 연구 하는것을 목표로 두고 투자를 했을것이다. 최근 오토데스크는 Fusion360이라는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성능개선을 하며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있다. 주요 알고리즘이 클라우드 서버상에서 작동하는 웹기반의 통합 모델링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특히 오토데스크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Gererative modeling기능이다. 요리스 라만의 주요 방법론 및 데이터들을 그대로 흡수, 확장 발전시켜 기존의 3D모델링 인터페이스 및 솔루션에서 벗어난 방법론을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에게 제시하고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제작자 등 다중접속 플랫폼으로서 여러다른 모델링 원본들에 각각의 최적화화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또 각 오브제들의 물리적,물성적 특성값들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기능과 형태에 최적화한 구조,형태를 제시해주는것. 또한 각각의 입력변수들에 따라 여러 레이어간의 실시간 결과물을 추적, 시각화 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디자이너들이 장착하고 체화했던 CAD시스템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Autodesk사의 Funsion360, Gererative modeling

   이로써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CAD시스템이 상용화 되면서 디자이너, 건축가들은 기존의 시각적, 수학적 정보들을 추상적 데이터 또는 좌표값으로 전치하고 나아가 가상의 벡터값들을 조작하게 됨으로써, 스크린 속 데이터와 스킨 사이를 다종다양하게 변주하며 결과물을 도출해내던 시기는 유효성을 다했다. 예를 들자면, 스크린속 NURBS의 위상학적 표면 위에 디자이너가 직관적으로 자기자신을 투영해 밖으로 끄집어낸 건축가 프렝크 게리(1929-)나 디자이너 필립 스탁(1949-) 등의 디자인 방법론이나, 스크린속 가상적으로 구현된 다종다양한 매스(스킨)를 컴퓨터의 추상적 데이터로 독해하는 대신에 문화적으로 또는 편집증적 가상의 스토리로 전치한 건축가 렘 쿨하스(1944-)와 그의 동료 등의 방법론은 시대적 유효성을 다했다고 볼수있다. 요리스 라만 이후에 스크린속의 가상적 공간은 더이상 가상으로만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계 오브제,공간과 스크린속의 데이터와 스킨의 공간은 A.I 알고리즘으로 이제 정말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실제계보다 더 실제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속 오브제 또는 공간은 건축가, 디자이너들의 손을 떠나 스스로 진화하는것 처럼 보이기도한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손쉽게 실제계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속에서 요리스 라만의 자동생성 디자인 프로세스를 곧 하나의 도구로서 자유자재로 이용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필립 스탁의 사례로 보자면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의사-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의 도움없이 또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완성된 디자인 프로세스를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앞에 20세기에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없는 21세기 무명 디자이너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의 사례로 제시한 두 개의 의자는 디자이너 역할모델의 변환과정이나 소멸과정의 사례로 독해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오토데스크의 구독형소프트웨어 수익 모델아래 인하우스 디자이너 아닌 인하우스디자이너처럼 매달 꼬박꼬박 구독료를 지불하며 일하게 되는것은 아닐까? 어떻게하면 디자이너 , 건축가 앞에 놓여진 이 새로운 도구를 비판, 비평적으로 수용해 유의미한 다른결과를 제시할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퍼옮기시는것을 금합니다. 링크 공유와 댓글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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