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2019. 7. 31. 15:26

 

A.I. FOR KARTELL BY STARCK, POWERED BY AUTODESK, 2019

  얼마전 열린 2019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이상한 의자가 출품되었다.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lippe Starck,1949-)과 소프트웨어 회사 Autodesk와 가구회사 Kartell의 합작품인 일명 Phillippe Starck’s A.I chair for Kartell 제품이다. 프로모션현장에서 A.I알고리즘을 이용한 첫번째 의자라고 소개한 이 제품은 어딘가 모르게 약간 이상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 의자의 진짜 디자이너는 필립 스탁이라는 브랜드로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뒤에서 의사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일까? 아니면 필립 스탁이 다른 디자이너의 방법론을 맆-오프한 아류작에 불과한걸까?

  우선, 자동생성 알고리즘을 이용해 디자인을 한 사례는 필립 스탁이 첫번째는 아니다. 이미 2006년 네덜란드 출신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 1979-)은 뼈의 자동 생성과정 알고리즘을 적용한 Bone Chair(2006)을 선보였다. 인간이 앉을 때의 하중과 포지션을 입력하면 의자의 주요 구조체들이 하중과 포지션에 최적화된 형태로 자동 돌출되는 디자인 문법을 완성시켰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의사-자연 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자인의 결과물들이 아르누보시대의 형태와 흡사해 보인다는 것. 아르누보가 자연을 의태해 장식적 요소에 그쳐 망한것과 달리 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자인 결과물들은 자연적 요소를 기능과 결합해 최적화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는 데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Joris Laarman,Bone Chair,2006

  이미 Bone Chair로 역사에 이름을 새긴 그는 한발짝 더 나아가 스타트업 회사 MX3D를 설립했다. 소프트웨어회사 Autodesk, 건축구조엔지니어링 회사 ARUP, 요리스라만 스튜디오, 영국의 국립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연구소인 엘런튜링 연구소 등 여러 분야의 회사에서 투자를 받아 설립한 MX3D는 정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있다. 요리스 라만은 Bone Chair의 방법론을 다리구조물, 건축으로 확장중이다. 3D프린터 로봇이 A.I 알고리즘으로 자동생성된 다리구조물을 자동으로 출력해 나간다는 망상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헛된 망상에 그칠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2018년 10월 첫번째 결과물을 완성 시켰다. 여기서 그의 목표는 끝이 아니다. Smarter Bridge 프로젝트로 다리에 센서를 부착해 다리를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하중과 동선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최적화된 다리를 이어서 프린트 해 나간다는 것. 

MX3D Bridge, 2018

  MX3D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데이터들을 모으고 시각화 및 플랫폼으로서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제공한 회사는 Autodesk였다. 당연히 Autodesk는 여러 하중 시뮬레이션과 데이터들, 최적화 알고리즘 또 그로 인한 결과물들을 차곡차곡 수집, 분류 연구 하는것을 목표로 두고 투자를 했을것이다. 최근 오토데스크는 Fusion360이라는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성능개선을 하며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있다. 주요 알고리즘이 클라우드 서버상에서 작동하는 웹기반의 통합 모델링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특히 오토데스크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Gererative modeling기능이다. 요리스 라만의 주요 방법론 및 데이터들을 그대로 흡수, 확장 발전시켜 기존의 3D모델링 인터페이스 및 솔루션에서 벗어난 방법론을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에게 제시하고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제작자 등 다중접속 플랫폼으로서 여러다른 모델링 원본들에 각각의 최적화화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또 각 오브제들의 물리적,물성적 특성값들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기능과 형태에 최적화한 구조,형태를 제시해주는것. 또한 각각의 입력변수들에 따라 여러 레이어간의 실시간 결과물을 추적, 시각화 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디자이너들이 장착하고 체화했던 CAD시스템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Autodesk사의 Funsion360, Gererative modeling

   이로써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CAD시스템이 상용화 되면서 디자이너, 건축가들은 기존의 시각적, 수학적 정보들을 추상적 데이터 또는 좌표값으로 전치하고 나아가 가상의 벡터값들을 조작하게 됨으로써, 스크린 속 데이터와 스킨 사이를 다종다양하게 변주하며 결과물을 도출해내던 시기는 유효성을 다했다. 예를 들자면, 스크린속 NURBS의 위상학적 표면 위에 디자이너가 직관적으로 자기자신을 투영해 밖으로 끄집어낸 건축가 프렝크 게리(1929-)나 디자이너 필립 스탁(1949-) 등의 디자인 방법론이나, 스크린속 가상적으로 구현된 다종다양한 매스(스킨)를 컴퓨터의 추상적 데이터로 독해하는 대신에 문화적으로 또는 편집증적 가상의 스토리로 전치한 건축가 렘 쿨하스(1944-)와 그의 동료 등의 방법론은 시대적 유효성을 다했다고 볼수있다. 요리스 라만 이후에 스크린속의 가상적 공간은 더이상 가상으로만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계 오브제,공간과 스크린속의 데이터와 스킨의 공간은 A.I 알고리즘으로 이제 정말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실제계보다 더 실제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속 오브제 또는 공간은 건축가, 디자이너들의 손을 떠나 스스로 진화하는것 처럼 보이기도한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손쉽게 실제계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속에서 요리스 라만의 자동생성 디자인 프로세스를 곧 하나의 도구로서 자유자재로 이용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필립 스탁의 사례로 보자면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의사-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의 도움없이 또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완성된 디자인 프로세스를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앞에 20세기에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없는 21세기 무명 디자이너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의 사례로 제시한 두 개의 의자는 디자이너 역할모델의 변환과정이나 소멸과정의 사례로 독해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오토데스크의 구독형소프트웨어 수익 모델아래 인하우스 디자이너 아닌 인하우스디자이너처럼 매달 꼬박꼬박 구독료를 지불하며 일하게 되는것은 아닐까? 어떻게하면 디자이너 , 건축가 앞에 놓여진 이 새로운 도구를 비판, 비평적으로 수용해 유의미한 다른결과를 제시할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퍼옮기시는것을 금합니다. 링크 공유와 댓글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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