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2019. 7. 8. 19:32

2019년 아라타 이소자키의 프리츠커 수상을 돌아보며

Arata Isozaki Re-ruined Hiroshima, project, Hiroshima, Japan (Perspective) 1968


  일본의 건축가들을 보면 모더니즘 시대부터 현재까지 주요 역사적 변곡점마다 지표가 되는 건축가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고, 그들이 모여 일본 건축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건축가들을 세대별 나이순으로 열거해보면

  • 전후모던 : 단게 겐조(1913년생)-키요노리 키쿠 타케(1928년생)-마키 후미히코(1928년생)

  • 말기 모던-포스트모던 1 : 이소자키 아라타(1931년생)-안도 타다오(1941년생) 

  • 포스트모던 2 : 도요 이토(1941년생)-겐코 쿠마(1954년생)-시게루 반(1957년생) 

  • 슈퍼플랫 : 카즈요 세지마(1956년생)-니시자와 류에(1966년생)-소우 후지모토(1971년생)-이시가미 준야(74년생)

  이렇게 나이순으로 열거해보면 어떠한 패턴을 알 수 있다. 모더니즘 이후 역사의 시대별로 비어있는 부분은 초기 모더니즘 시대(독일 표현주의, 바우하우스)를 제외하고, 하이 모더니즘부터는 쭉 일본만의 역사적 스펙트럼을 촘촘히 확보하고 있다.(그들은 자신들만의 전통과 서구의 모더니즘을 적절히 섞었고 오리엔탈리즘, 자포니즘을 교묘히 이용했다.) 역사적 변곡점마다 당 시대 사람들의 성취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 일본 건축이 하나의 스펙트럼으로서 인식되고 비평될 수 있다. 

  바로 옆 나라 한국의 건축계는 그럼 어떠할까? 사실 김수근 건축가가 201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아라타 이소자키와 동갑(1931년생). 김수근 건축가가 1986년(당시 55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으면 일본보다 한 발짝씩 늦었겠지만 한발 한발 스펙트럼을 채워나가며 따라붙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럼 한국의 주요 건축가들을 열거해보자,

  • 김중업(1922년생)-김수근(1931년생)

  • 김종성(1935년생)-김태수(1936년생)-우규승(1941년생)

  • 조성룡(1944년생)-김인철(1947년생)-승효상(1952년생)

  • 조민석(1966년생)-김찬중(1969년생 추정)

  • 이 이후 세대에 해당되는 ‘젊은 건축가’ 그룹들

  일단 나이순으로만 열거해 보면 위와 같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김수근 건축가 이후에  각 시대별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활동을 못해왔다는 것. 크게 보면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던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미니멀리즘 세대(일본의 경우 안도 타다오, 마키 후미히코)가 비어있다. 이 시기에 한국은 건축가 승효상 씨를 중심으로 4.3그룹이 비평적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말기 포스트모더니즘에 해당하는(일본의 경우 슈퍼플랫 세대) 작업이 한국에서는 전개되지 못했다. 일본이 모더니즘의 방법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방법론을 적절히 섞어가며 포스트모던 이후의 시대에 적응하려 애쓰는 동안 한국은 조민석 씨가 렘 쿨하스(OMA)의 방법론을 한국에서 전개하였다(조민석 씨가 매스스터디즈를 설립 한해가 2003년). 

  2008년(세계 금융위기로 역사적 변곡점의 해)에 시작된 젊은 건축가상 제도로 이후 세대들이 독립해 활동을 시작한 지도 작년(2018년)으로 10년이 마무리가 되었다(사실상 2015년을 정점으로 쇠락하고 있다. 주요 수상자들이 조민석 씨의 매스스터디즈의 출신). 이렇게 소위 젊은건축가그룹(사실 젊진않지만)으로 한국건축계도 어떤 세대구분의 선이 그어졌고, 위 세대들의 성취를 더듬어가며(혹은 적절히 비틀며) 활동할수있는 시공의 마지막 문이 닫혔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갈무리된 성취들을 정리하고 비평적 시선으로 이전의 성취들을 바라보며 한국 건축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퍼옮기시는것을 금합니다. 링크 공유와 댓글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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