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2019. 7. 21. 01:06

© Pelli Clarke Pelli

1926년생인 시저 펠리(Cesar Pelli)가 2019년 7월 19일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출생년도로 보면 얼마전 세상을 떠난 초기 포스트모던세대의 로버트 벤추리(1925-2018)보다 한살 어리고, 성기 포스트모던세대의 총아였던 마이클 그레이브스(1934-2015)보다 8살정도 위다.

이처럼 초기 포스트모던 세대로, 찰스 젠크스는 시저 펠리를 postmodern-classism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의 득의작은 pacific design center(1975년), 일명 blue whale이라고 불려지는 건물이다. 사실 이 건축물은 시저펠리가 독립하기전  Gruen Associates에서 파트너 건축가로 일하면서 흑인 여성 건축가 Norma Sklarek과 함께 설계한 건물이다. 크레딧 문제가 있는지 어떤곳은 ceaser pelli, 어떤곳은 Norma Sklarek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시저펠리가 독자적으로 독립해 사무실을 열었던 해가 1977년이니 거의 Gruen Associates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작업한 작업인셈.

Norma Sklarek, Gruen Associates, Pacific Design Center, Los Angeles, 1978 © Gruen Associates

일종의 박람회장의 프로그램을 가진 이건물은 파란색 유리패널을 부착하여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건물이다. 찰스 젠크스는 1977년 자신의 저서 포스트모던 건축의 언어(The Language of Post-modern Architecture)에서 입을 벌리고 무언가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고래로 인식되거나(입부분에 지역 레스토랑이 입점되어있다.) 인테리어 몰딩장식의 형태를 은유하고이 있는데, 이것은 대중적 문화코드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며 건축적 언어에 작동하는 다층적 문화코드와 건축적 유희적 은유의 예시로 제시하기도 했다. 찰스 젠크스는 포스트모던 초기 건축의 문법으로 찰스무어, 마이클 그레이브스와 함께 시저 펠리를 그룹에 포함시켰으니, 포스트 모던의 이론적 바탕으로 자신의 건축문법을 확장시킬수 있었다. 동년배인 찰스무어, 피터 아이젠만, 마이클 그레이브가 고전의 건축문법을 장식적언어로 변주시켰던 반면, 시저 펠리는 기호학적으로 단순하게 변주된 건축형태에 다층적 문화코드를 임베드하고 모더니즘세대의 재료인 유리를 받아들여 둘러침으로써 좀더 대형 클라이언트들에게 거부감이 덜했다고 해야할까? 언뜻보면 다른 포스트모던세대의 건축가의 디자인보다 얌전하고 덜장식적으로 보이니 말이다.

1977년 50세의 늦은나이에 독립해 Cesar Pelli & Associates Architects를 설립한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8년대 세계금융위기 이전까지 팽창하는 세계경제속에 잇따라 대형건물들을 수주하면서 주요 도시에 고층건물을 설계했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지아에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뉴욕의 세계금융센터, 밀라노의 유니크레딧타워.

주요 프로젝트를 보면 버블 세계경제 맞춰 참 운이 좋았던 건축가였다.

한국에도 그의 작품이 하나있다. 바로 광화문사거리에 위치한 교보생명 사옥. 1976년 설계작이니 시저펠리가 Gruen Associates에서 일을 가지고 나와 독립해 거의 초반에 진행한 프로젝트로 추측된다.

좌) Norma Sklarek and Cesar Pelli, Gruen Associates, The U.S. Embassy, Tokyo, Japan, 1976 / 우) 교보생명 1980년

교보생명의 창업주 고(故) 신용호회장은 일본의 주미대사관 건물을 보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 시저 펠리에 똑같이 지어달라고 요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후에 전국에 수많은 교보생명사옥이 시저펠리 짭퉁의 스타일로 지어진다. 시저펠리는 이사실을 알았을까?)

애초에 대지조건이 완전히 무시된채로 지어졌기 때문에 광화문 사거리 코너에 위치하였지만 건물의 양옆면이 막혀진채로 설계가 되었다. 후에 본인들도 답답했는지 2008년 양옆면을 유리로 교체해 현재는 양옆면이 유리인 건물을 볼수있다. 

일본 미대사관과 다른점이라면 건축물 후면의 아트리움을 들수있다. 현재까지도 주변에 신축된 대형 오피스건물들이 들어섰지만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의 후정 아트리움은 아직까지도 최고다. 정면출입부는 움푹들어가 중앙홀이 셋백되어 음의 공간을 형성하는 반면, 후면 후정은 유리박스가 튀어나와 양의 형태로 전환되 대치되면서 묘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정면 출입구부터 코어를 거쳐 후정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광화문 도심속에 색다른 공간감을 선사한다. 초기 완공된 아트리움은 아치형태였으나 2008년 리모델링시 사각형의 단순한 모양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 글래스 아치 아트리움은 그의 다음프로젝트인 1988년 뉴욕 world finance center 두동사이의 오픈된 공공광장의 형태로 디벨롭되었으니, 그에겐 클라이언트의 강력한(?)요구로 건드릴수없는 정면과 달리 후면의 일종의 개방된 공공공간으로 설계에 꽤 신경을 썻던것으로 생각된다.

좌) 교보생명사옥의 후면 아트리움 - 1980년  / 우) World Financial Center - 1988

2019년 얼마전 세상을 떠난 아이오밍페이를 마지막으로 모던세대 건축가들은 모두 세상을 떠낫고, 마이클 그레이브스, 작년에 세상을 떠난 로버트 벤추리에 이어 시저 펠리까지 초기 포스트모던 세대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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